신유빈·임종훈, US 스매시 혼복 우승 — 세계 최강 중국 벽 넘은 역전극

토요일 새벽에 잠이 안 와서 뒤척이다 중계를 틀었는데, 하필 5세트였어요. 신유빈·임종훈 조가 한 점씩 주고받는데 심장이 쫄깃하더라고요. 결국 마지막 공이 상대 코트에 꽂히는 순간, 새벽 두 시에 혼자 “와” 하고 소리를 냈습니다.

한 줄로 말하면, 우리 혼합복식 세계 1위 조가 세계 최강 중국 벽을 5세트 끝에 넘고 US 스매시 정상에 올랐어요. 그것도 세트를 두 번이나 내주고 뒤집은 역전이라 더 짜릿했죠. 탁구를 잘 모르는 분도 이름은 들어봤을 신유빈 선수, 이번엔 뭘 해낸 건지 차근차근 풀어볼게요.

라켓을 들고 스매시를 준비하는 탁구 선수
이번 US 스매시에서 신유빈·임종훈 조가 세계 최강을 넘었어요. 사진: Unsplash / Sanket Mishra

그날 새벽, 온타리오에서 벌어진 일

한국시간으로 7월 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온타리오의 온타리오 컨벤션센터에서 WTT US 스매시 혼합복식 결승이 열렸어요. 우리 임종훈(한국거래소)·신유빈(대한항공) 조 앞을 막아선 건 중국의 왕추친·쑨잉사 조였습니다. 이름만 봐도 한숨이 나오는 조합이에요. 왜 그런지는 잠시 뒤에 설명할게요.

경기는 초반부터 롤러코스터였어요. 1세트를 11-9로 먼저 가져오며 기분 좋게 출발했는데, 2세트와 3세트를 내리 6-11, 7-11로 내줬거든요. 세트 스코어 1-2, 벼랑 끝이었죠. 이쯤 되면 보는 사람이 먼저 포기하고 싶어지는데, 두 선수는 4세트를 11-7로 잡아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습니다.

운명의 5세트. 11점을 먼저 내는 쪽이 이기는 이 세트에서 두 사람은 끝내 11-8로 앞서 나갔어요. 최종 스코어 3-2(11-9, 6-11, 7-11, 11-7, 11-8). 세트를 두 번 내주고도 뒤집는 건 실력만으로 되는 게 아니에요. 멘탈이 받쳐줘야 나오는 경기죠.

세트 임종훈·신유빈 왕추친·쑨잉사 결과
1세트 11 9
2세트 6 11
3세트 7 11
4세트 11 7
5세트 11 8
US 스매시 혼합복식 결승 세트별 점수 막대그래프
1세트를 잡고 2·3세트를 내준 뒤 4·5세트를 연달아 가져온 역전 흐름이에요. 그래픽: 뉴라인 노트

왕추친·쑨잉사가 누구냐면요

이 두 사람을 이겼다는 게 왜 대단한지 알려면, 상대가 어떤 선수인지부터 봐야 해요. 왕추친은 남자 단식에서 세계 정상을 다투는 선수고, 쑨잉사는 몇 년째 여자 단식 세계 1위 자리를 지켜온 ‘여제’예요. 각자 자기 종목에서 세계 최고인 두 사람이 짝을 이룬 조합인 거죠.

탁구대에서 경기 중인 선수의 모습
복식은 단식과 또 다른 종목 같아요 — 호흡과 코트 분담이 승부를 가릅니다. 사진: Unsplash / Nathanaël Desmeules

탁구 좀 보신 분들은 아실 거예요. 중국 탁구가 얼마나 두꺼운 벽인지. 올림픽이든 세계선수권이든, 한국 선수가 결승 문턱에서 만나는 상대는 거의 늘 중국이거든요. 그 벽을 이번엔 우리 조가 정면으로 뚫었습니다.

재밌는 건 세계랭킹이에요. 혼합복식 ‘조’로 묶으면 세계 1위는 임종훈·신유빈이거든요. 개인 단식 랭킹이 높다고 복식까지 잘하는 건 아니라는 얘기죠. 복식은 둘의 호흡, 서브·리시브 조합, 코트를 나눠 쓰는 감각이 별개의 종목처럼 작동하니까요. 저도 예전엔 ‘단식 잘하면 복식도 당연히 잘하겠지’ 싶었는데, 이런 경기를 보면 완전히 다른 영역이구나 싶어요.

이 우승, 생각보다 훨씬 큰 사건이에요

단순히 대회 하나 우승한 게 아니에요. US 스매시는 WTT가 운영하는 대회 중 가장 등급이 높은 ‘그랜드 스매시’ 무대예요. 테니스로 치면 4대 메이저 같은 위상이죠. 임종훈·신유빈 조가 이 그랜드 스매시급 대회에서 혼합복식 정상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흐름도 좋아요. 지난달 슬로베니아 류블랴나에서 열린 WTT 스타 컨텐더에서 올 시즌 첫 우승을 신고했는데, 이번 US 스매시로 시즌 두 번째 우승컵을 연달아 들어 올렸거든요. 큰 무대에서 연속으로 결과를 내고 있다는 게 핵심이에요.

임종훈 신유빈 2026 시즌 주요 성과 카드
파리 동메달 콤비가 세계 1위로, 그리고 그랜드 스매시 첫 우승까지 왔어요. 그래픽: 뉴라인 노트

두 사람을 기억하는 분들 많을 거예요. 2024 파리 올림픽 혼합복식에서 동메달을 따낸 바로 그 콤비거든요. 그때 시상대에서 함께 기뻐하던 장면이 아직도 선한데, 그 조합이 2년 사이 세계 1위로 올라서 그랜드 스매시까지 접수한 겁니다. 성장 곡선이 참 보기 좋아요.

단식은 아쉬웠지만, 그래서 더 기대돼요

솔직히 이번 대회, 마냥 웃기만 한 건 아니었어요. 신유빈 선수는 여자 단식에서 16강까지 갔지만 접전 끝에 0-3으로 졌거든요. 세트 스코어를 보면 8-11, 8-11, 11-13이라 마지막 세트는 듀스까지 가는 접전이었어요. 한 끗 차이로 갈렸다는 게 아쉽죠.

근데 저는 이게 오히려 다음이 더 기대되는 이유라고 봐요. 복식에서 세계 최강을 꺾을 만큼 폼이 올라와 있는데, 단식은 아직 성장 여지가 남아 있다는 뜻이니까요. 아 그리고, 신유빈 선수 아직 20대 초반이에요. 앞으로 채워갈 시간이 훨씬 많다는 거죠.

당장 눈앞엔 국제 대회 일정이 계속 이어지고, 멀리는 2028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이 기다리고 있어요. 파리에서 동메달이었으니, LA에서 색을 바꾸는 그림도 충분히 그려볼 만하죠. 물론 그 사이 넘어야 할 중국 벽은 여전하겠지만, 이번 새벽 경기가 보여준 건 ‘그 벽도 넘을 수 있다’는 거였잖아요.

여러분은 이번 US 스매시 결승 보셨어요? 저처럼 새벽에 혼자 소리 지른 분 또 계실 것 같은데. 다음 대회는 조금 더 사람다운 시간에 열렸으면 좋겠네요. 잠은 좀 자면서 응원하게요.

※ 이 글은 2026년 7월 6일 기준이에요. 경기 결과·세트 스코어·개최지(미국 온타리오)와 시즌 성적은 서울경제·뉴시스·네이트 스포츠 등의 보도를 교차 확인했고, 세계랭킹과 향후 일정은 대회 진행에 따라 바뀔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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