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5조원 ‘소버린 AI’ 프로젝트 — 미국이 최신 AI 막자 시작된 한국의 반격

얼마 전에 회사에서 챗봇으로 자료를 정리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이 편한 도구가 어느 날 갑자기 “당신 나라에선 이제 못 써요” 하면 어쩌지. 좀 과한 상상 같죠? 그런데 지난달, 실제로 비슷한 일이 벌어졌어요.

미국 정부가 앤트로픽의 최신 AI 모델 ‘페이블5’를 공개 사흘 만에 외국에서 못 쓰게 막았거든요. 남 얘기 같던 ‘AI 주권’이 순식간에 발등의 불이 된 거예요. 그러자 우리 정부가 꺼내 든 카드가 바로 이거였습니다.

반도체로 더 걷힌 세금 약 5조원을 부어서, 엔비디아 최신 GPU 1만 개를 사들이고 ‘우리 손으로 만든 AI’를 개발하겠다는 계획이에요. 한국경제가 7월 2일 단독으로 전한 내용인데, 이름하여 ‘소버린 AI(주권 AI)’ 프로젝트죠. 5조원이면 웬만한 국책사업 하나 규모인데, 정부가 왜 이 돈을 AI에 쏟기로 했는지 하나씩 풀어볼게요.

회로기판 위의 반도체 칩 클로즈업, AI용 GPU를 상징하는 이미지
거대한 AI를 돌리려면 이런 고성능 반도체(GPU)가 수만 개씩 필요해요. 사진: Unsplash / Alexandre Debiève

5조원, GPU 1만 개 — 숫자부터 좀 세죠

먼저 규모감부터 잡고 갈게요. 이번 계획의 핵심은 딱 두 숫자예요. 돈 5조원, 그리고 그 돈으로 살 엔비디아 최신 슈퍼칩 약 1만 개. 재원은 올해 반도체 경기가 좋아서 예상보다 더 걷힌 초과세수에서 끌어온다고 해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내년 예산을 기다릴 여유가 없다고 봤어요. 그래서 올해 안에 추가경정예산까지 짜서 이 돈을 마련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죠. GPU라는 건 AI를 학습시킬 때 꼭 필요한 고성능 부품인데, 지금 전 세계가 이걸 못 구해서 난리거든요. 값도 값이지만 물량 자체가 귀해요.

재밌는 건 전략이 살짝 바뀌었다는 점이에요. 원래는 여러 팀에 GPU를 나눠 주려 했는데, 이번엔 1만 개를 한 팀에 몰아주는 ‘선택과 집중’도 검토한다고 합니다. 넓게 뿌리기보다, 글로벌 최상위 모델과 정면으로 붙어볼 한 방을 만들자는 쪽으로 기운 거죠.

소버린 AI 핵심 숫자 5조원 GPU 1만 개 참여 4팀 성능 목표 95퍼센트 카드
이번 계획의 뼈대를 숫자 넷으로 추리면 이렇게 돼요. 그래픽: 뉴라인 노트
항목 내용
사업명 소버린 AI(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 별칭 ‘국가대표 AI’
투입 재원 반도체 초과세수 약 5조원 (추경 편성 논의 중)
확보 목표 엔비디아 최신 GPU 약 1만 개 + 최고급 인재
성능 목표 글로벌 모델(GPT·제미나이) 성능의 95% 이상
주관 부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결정적 계기 미국의 앤트로픽 ‘페이블5’ 해외 접속 차단(6월)

발단은 ‘갑자기 잠긴 문’이었어요

왜 하필 지금이냐. 방아쇠는 미국이 당겼어요. 지난달 9일 앤트로픽이 새 AI 모델 페이블5를 내놨는데, 사흘 뒤 미국 정부가 “국가 안보”를 이유로 이 모델의 해외 접속을 차단했어요. 얼마 안 가 오픈AI의 GPT-5.6까지 통제 대상에 오르면서 국내 업계가 술렁였죠.

이게 왜 무섭냐면요. 우리가 쓰는 강력한 AI가 대부분 미국 회사 것이잖아요. 그 문을 미국이 마음만 먹으면 잠글 수 있다는 게 눈앞에서 증명된 거예요. 당장 기업 서비스나 공공 시스템이 특정 해외 AI에 통째로 얹혀 있다면, 그쪽 사정 하나에 우리 서비스가 휘청일 수 있어요.

‘소버린 AI’는 바로 그 불안에서 나온 말이에요. 남의 나라 모델에 기대지 않고, 우리 데이터로·우리 인프라 위에서·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AI를 갖자는 거죠. 유럽도 일본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어요. AI가 전기나 통신처럼 ‘없으면 나라가 안 돌아가는 기반’이 돼 가고 있으니까요.

‘국가대표 AI’ 4팀, 지금 어디까지 왔나

사실 밑그림은 작년부터 그려지고 있었어요. 정부가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별명으로 ‘국가대표 AI’라 부르는 사업으로 국내 팀들을 뽑아 키우는 중이거든요. 지금 살아남은 팀은 넷이에요.

대표 모델 실제 적용처
LG AI연구원 엑사원(EXAONE) 포털 ‘줌’ 검색·요약·이슈 트렌드
SK텔레콤 에이닷엑스 K1 KG스틸·코넥 등 제조 AI 에이전트
업스테이지 솔라(Solar) 포털 ‘다음’ 적용, 금융·제조 공략
모티프테크놀로지스 개발 중 2월 합류, 이달 말 개발 완료 예정

진도도 꽤 나갔어요. LG·SK텔레콤·업스테이지 세 팀은 지난달 말 모델 개발을 마치고 성과 보고서를 냈고, 2월에 합류한 모티프테크놀로지스는 이달 말 개발을 끝낼 예정이에요. 다음 관문은 8월 초 2차 평가인데, 여기서 한 팀이 떨어지고 세 팀으로 좁혀져요.

채점 기준이 좀 달라진 게 눈에 띄더라고요. 1차 때의 벤치마크 점수뿐 아니라, “지금 당장 현장에 써먹을 수 있느냐”를 크게 본대요. 실제로 LG의 엑사원은 포털 줌의 검색·요약에, SK의 에이닷엑스는 철강사 같은 제조 현장에, 업스테이지의 솔라는 포털 다음에 붙어 돌아가고 있어요. 최종 한 팀을 뽑는 시점은 원래 올해 12월이었는데 내년 2월로 미뤄졌고요.

소버린 AI 추진 일정 타임라인, 6월 페이블5 차단부터 2027년 2월 최종 선발까지
미국의 AI 차단이 불붙인 ‘국가대표 AI’ 로드맵이에요. 그래픽: 뉴라인 노트

근데 이게 내 일상이랑 무슨 상관이냐면요

솔직히 “나랏돈으로 AI 만든다는데 나랑 무슨 상관?” 싶을 수 있어요. 저도 처음엔 그랬거든요. 그런데 두 가지만 짚어보면 얘기가 좀 달라져요.

첫째는 ‘먹통’ 리스크예요. 관공서 민원, 병원 시스템, 은행 앱 뒤에 해외 AI가 깔려 있는데 그게 갑자기 막히면 어떻게 될까요. 남의 일이 아니에요. 우리 AI가 있으면 그 문이 잠겨도 대체할 무언가가 남는 거죠. 둘째는 데이터예요. 내 민원 내용이나 진료 기록 같은 민감한 정보를 해외 서버로 보내 처리하는 것과, 국내에서 우리 모델로 처리하는 건 안심의 결이 달라요.

물론 지금 당장 내 폰 속 AI 비서가 국산으로 바뀌는 건 아니에요. 이건 몇 년에 걸친 긴 이야기니까요. 다만 공공서비스나 국내 기업 서비스부터 조금씩 ‘우리 모델’로 갈아입을 가능성이 큰 거죠.

카페에서 스마트폰으로 AI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
지금 우리가 쓰는 강력한 AI는 대부분 해외 회사 것이에요. 사진: Unsplash / Jason Briscoe

그래서, 잘 될까요

냉정하게 보면 쉬운 싸움은 아니에요. 목표는 GPT·제미나이 같은 글로벌 모델 성능의 95% 이상을 따라잡는 건데, 그 95%가 말처럼 만만하지 않거든요. 상대는 매달 새 모델을 쏟아내며 저만치 앞서가고 있고, GPU도 인재도 전 세계가 서로 데려가려 다투는 판이니까요.

그래도 방향 자체는 반갑더라고요. 통역이나 반도체처럼 ‘AI 인프라’도 결국 남한테만 기대선 안 되는 영역이 됐다는 걸 정부가 인정하고 지갑을 연 셈이니까요. (이건 좀 개인적인 바람인데) 5조원이 보여주기식으로 흩어지지 않고, 진짜 쓸 만한 한 방으로 뭉쳤으면 싶어요.

8월 초 2차 평가에서 어느 팀이 살아남는지가 첫 관전 포인트예요. 관심이 간다면 이번 여름, 어떤 국산 AI 이름이 뉴스에 오르내리는지 눈여겨보세요. 몇 년 뒤 우리가 매일 쓰게 될 AI의 이름이, 어쩌면 지금 정해지고 있는 중일지도 모르니까요.

※ 이 글은 2026년 7월 5일 기준이에요. 5조원 예산·GPU 1만 개·2차 평가 일정 등은 한국경제(7/2 단독)·헤럴드경제·ZDNet 등의 보도를 바탕으로 정리했고, 추경과 예산 규모·참여 팀 구성은 확정 전 단계라 진행 과정에서 조정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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