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 일정, AI한테 시켜봤어요 — 챗GPT·제미나이 여행 계획 잘 쓰는 법

지난 주말, 8월 제주 3박 4일 일정을 짜다가 결국 노트북을 덮어버렸어요. 렌터카 동선에 맛집에 물때 시간까지, 브라우저 탭을 스무 개쯤 열어놓고 낑낑대고 있었거든요. 그러다 문득 “이거 그냥 AI한테 시켜볼까” 싶더라고요.

써보고 느낀 건 딱 하나예요. AI는 여행 ‘초안’을 5분 만에 뽑아주는 데는 정말 쓸 만한데, 그대로 믿고 따라가면 낭패 보기 딱 좋다는 거요.

실제로 있던 일이에요. 어떤 여행자는 챗GPT가 “그 로프웨이는 오후 5시 30분까지 운행한다”고 해서 노을을 보려고 3시에 올라갔는데, 정작 도착해 보니 이미 문이 닫혀 있었대요. AI가 슬쩍 지어낸 시간이었던 거죠. 이런 게 은근히 많아요.

여름휴가 일정을 AI로 짜는 법 - 챗GPT 제미나이 여행 계획 안내
규칙만 잘 주면 AI가 여행 초안을 5분 만에 뽑아줘요. 그래픽: 뉴라인 노트

일단 시켜보니, 5분 만에 3박 4일이 나와요

제가 처음 던진 주문은 이랬어요. “8월 둘째 주, 제주 3박 4일, 30대 부부, 렌터카, 1인 예산 60만 원, 서쪽이랑 우도 위주로, 매일 오후엔 좀 쉬엄쉬엄.” 조건을 우르르 쏟아냈더니 30초쯤 뒤에 날짜별 표가 뚝 떨어지더라고요.

오전엔 어디, 점심은 뭐, 오후엔 어디, 저녁은 숙소 근처 맛집까지. 반나절 붙잡고 있던 걸 몇 분 만에 초안으로 만들어주니 솔직히 좀 얄미울 정도였어요.

더 좋은 건,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을 대화로 고치면 된다는 점이에요. “셋째 날은 너무 빡빡해, 한 곳만 빼고 대신 카페 하나 넣어줘” 하면 곧바로 다시 짜주거든요. 저는 좀 J형이라 분 단위로 계획을 세워야 직성이 풀리는 편인데, 이 ‘고쳐줘’가 진짜 편하더라고요.

이 맛에 쓰는 거구나 싶었어요.

노트에 여행 계획 체크리스트를 손으로 적는 모습
여행 계획은 결국 목록 적기부터죠. 사진: Unsplash / Glenn Carstens-Peters

근데 이게 좀 무섭더라고요

문제는 그다음이었어요. 초안이 워낙 그럴듯해서 곧이곧대로 믿었다간, 여행지 한복판에서 발등을 찍히기 십상이거든요.

가장 흔한 게 ‘없는 걸 있다고 지어내는’ 버릇이에요. 몇 해 전에 없어진 직항 노선을 아직 뜬다고 하거나, 진작 문 닫은 맛집을 태연히 추천하는 식이죠. 심하면 존재하지도 않는 호텔 이름을 자신 있게 대기도 해요. 앞에서 말한 로프웨이 영업시간처럼, 시간·요금 같은 숫자도 곧잘 틀리고요.

제일 골치 아픈 건 거리 감각이 없다는 것이에요. AI한테는 ‘도보 10분’이나 ‘기차 3시간’이나 그냥 똑같은 글자거든요. 그래서 아침엔 동쪽, 점심엔 서쪽, 저녁엔 다시 동쪽 — 하루에 도저히 못 도는 코스를 아무렇지 않게 짜놓기도 해요. 한 조사에선 AI가 짠 일정 넷 중 하나꼴로 이렇게 왔다 갔다 되돌아가야 하는 동선이 섞여 있었다고 하고요.

좀 오래된 실험이긴 한데, 예전 GPT-4로 여행 일정을 짜게 했더니 처음부터 끝까지 실제로 실행 가능한 계획이 나온 비율이 1%가 채 안 됐다는 연구도 있었어요. 요즘 모델은 그때보다 훨씬 똑똑해졌지만, 자잘한 오류까지 사라진 건 아니에요. 실제로 어느 설문에선 AI로 여행 정보를 얻어본 사람 셋 중 한 명이 “틀린 정보를 받은 적 있다”고 답했고요.

(이건 여담인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AI만 탓할 일도 아니더라고요. 가게 사장님이 오늘 갑자기 쉬기로 한 걸 AI가 무슨 수로 알겠어요.)

AI가 여행 계획에서 자주 틀리는 4가지 - 지어내기·영업시간·거리·휴무
이 네 가지는 특히 잘 틀려요. 그래픽: 뉴라인 노트

그래서 이렇게 시켰어요 — 제대로 뽑는 질문법

이 실수들, 알고 보면 질문을 어떻게 던지느냐로 절반은 막아요. “제주 여행 일정 짜줘” 같은 뭉뚱그린 주문이 제일 안 좋아요. 줄 정보가 없으니 AI가 빈칸을 상상으로 채우거든요.

제가 요즘 쓰는 틀은 이래요. 조건을 최대한 촘촘하게 박아주는 거예요. 아래 다섯 줄만 채워서 던져도 결과가 확 달라져요.

[언제 / 며칠] [누구랑 몇 명] [지역·거점] 여행 일정 짜줘.
- 예산: 1인 ○○만 원 (숙소·식비 포함)
- 이동수단: 렌터카 / 대중교통
- 취향: ○○ 위주, ○○는 빼줘
- 하루 강도: 빡빡하게 / 쉬엄쉬엄
- 조건: 동선 안 겹치게, 장소마다 이동시간도 같이 표시

여기에 딱 한 줄만 더 붙이면 좋아요. “확실하지 않은 정보는 지어내지 말고, 애매하면 애매하다고 말해줘.” 이 한마디가 은근히 헛소리를 줄여주더라고요.

이렇게 던지면 아쉬워요 이렇게 던지면 잘 나와요
“제주 여행 일정 짜줘” “8월 2주, 제주 3박4일, 30대 부부, 렌터카, 1인 60만원, 서쪽 위주, 오후엔 쉬엄쉬엄”
“맛집 추천해줘” “성산 근처, 웨이팅 짧고 현지인 가는 곳, 해산물 위주로 3곳”
“코스 알려줘” “동선 안 겹치게, 장소마다 이동시간도 같이 적어줘”

챗GPT·제미나이·여행앱, 뭘로 시킬까

그럼 어떤 걸로 시키는 게 나을까요. 챗GPT와 제미나이, 그리고 여행 특화 AI를 번갈아 써본 제 느낌은 이래요.

챗GPT는 문장이 술술 읽히고 초안 잡기가 편해요. 요즘은 여행 일정 전용 GPT도 따로 있어서, 대화하듯 코스를 다듬기 좋고요. 다만 실시간 최신 정보는 약할 때가 있어요. 제미나이는 구글 지도·검색이랑 붙어 있어서 위치나 길 찾기를 물어보기 편하고, 가볍게 초안만 빨리 뽑는 데 강해요. 여행 특화 AI(트립닷컴의 트립지니 같은)는 결과를 카드로 딱딱 보여주고 그 자리에서 바로 예약까지 이어지는 게 장점이에요. 대신 자유로운 대화의 유연함은 좀 덜하고요.

도구 강점 이럴 때 써요
챗GPT 초안·설명 술술, 대화로 수정 편함 큰 그림·하루 코스 잡기
제미나이 구글 지도·검색 연동, 가볍고 빠름 위치·길찾기, 빠른 초안
여행 특화 AI(트립지니 등) 카드로 정리 + 바로 예약 숙소·항공 실제 예약까지

저는 큰 그림은 챗GPT나 제미나이로 잡고, 실제 숙소·항공은 여행앱이나 비교 사이트에서 다시 확인하는 식으로 섞어 써요. 하나만 믿진 않아요.

챗GPT·제미나이·여행 특화 AI 여행 계획 강점 비교
강점만 놓고 보면 이렇게 갈려요. 그래픽: 뉴라인 노트

낭패 안 보려면 이 세 가지만

마지막으로, 저는 AI가 짜준 일정을 꼭 세 개의 필터에 한 번씩 통과시켜요. 이거만 해도 사고의 대부분은 미리 걸러지더라고요.

첫째, 동선은 지도앱으로 다시 찍어봐요. 일정을 구글맵이나 네이버지도에 순서대로 찍어보면, 이동시간이 말이 되는지 눈으로 바로 보여요. AI가 “가깝다”고 우겨도 지도는 거짓말을 안 하니까요.

둘째, 영업시간·휴무는 공식 채널로 확인해요. 가려는 곳 몇 군데만이라도 공식 홈페이지나 인스타그램, 구글맵 최근 리뷰로 “오늘 여는지”를 봐요. 특히 명절·정기휴무·계절 휴장은 AI가 잘 놓치는 구멍이에요.

셋째, 정해진 일정은 캡처해서 저장해두고, 현지에선 실시간으로 다시 물어봐요. “내가 지금 여기 있는데 근처에 평 좋은 국숫집” 식으로 위치를 함께 주면, 처음보다 훨씬 쓸 만한 답이 나오거든요.

AI한테 여행을 통째로 맡기긴 아직 이르지만, ‘초안 짜주는 부지런한 후배’ 정도로 부리면 이만한 게 없어요. 손은 덜 가고, 빠뜨리는 것도 줄고요. 이번 여름, 여러분은 어디로 떠나세요? 일정 짜기가 벌써 막막하다면, 오늘 저녁에 딱 다섯 줄만 던져보시는 걸로 시작해봐요.

※ 이 글은 2026년 7월 9일 기준입니다. AI 여행 계획의 오류 사례(영업시간·폐업 매장·운항 종료 노선 안내, 동선 꼬임)와 검증 방법은 허프포스트·CNBC·릭 스티브스 트래블·트립닷컴 가이드 등의 보도·자료를 교차 확인했습니다. 옛 GPT-4의 여행 일정 성공률(1% 미만) 수치는 여행 계획 벤치마크 연구 결과로, 최신 모델에 그대로 적용되지는 않습니다. 영업시간·요금·운항 정보는 수시로 바뀌니 방문 전 공식 채널에서 다시 확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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