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 오픈 7월 16일 개막 — 새벽 안 봐도 되는 메이저, 셰플러 2연패 vs 김시우
골프 메이저 챙겨 보려다 새벽 알람에 두 손 든 적, 저만 그런 거 아니죠? 마스터스든 US오픈이든 미국에서 열리는 큰 대회는 우승자가 가려지는 순간이 죄다 한국 시간으로 새벽 4시, 5시예요. 저도 지난봄 마스터스 최종일에 알람 맞춰놓고 보다가 소파에서 그대로 잠들었고, 다음 날 아침 뉴스로 우승자를 확인했거든요. 좀 허무했죠.
그런데 딱 하나, 새벽에 안 일어나도 되는 메이저가 있어요. 바로 디 오픈 챔피언십(The Open)이에요. 영국에서 열려서 우승 승부처가 한국 시간으로 밤 11시에서 새벽 1시쯤에 걸리거든요. 그 디 오픈이 2026년 7월 16일 목요일부터 19일 일요일까지 잉글랜드 사우스포트의 로열버크데일에서 열려요. 올해가 무려 154번째 대회예요.

4대 메이저 중 마지막이자, 가장 오래된 무대
골프에서 ‘메이저’라고 부르는 큰 대회는 한 해에 딱 네 개뿐이에요. 봄에 열리는 마스터스로 시작해서 PGA 챔피언십, US오픈을 지나 여름의 디 오픈으로 시즌이 마무리돼요. 그중에서도 디 오픈은 1860년에 처음 열린, 골프에서 가장 역사가 긴 대회고요. 우승자에게 주는 트로피가 그 유명한 ‘클라레 저그(Claret Jug)’라는 은주전자예요.
재밌는 건, 올해 앞선 세 개의 메이저가 이미 주인을 다 찾았다는 점이에요. 마스터스는 로리 매킬로이가, PGA 챔피언십은 애런 라이가, US오픈은 윈덤 클라크가 가져갔어요. 그러니까 디 오픈은 2026년 마지막 남은 메이저 트로피인 셈이죠. 여기서 우승하면 올 시즌 골프계 화제의 마침표를 찍는 거예요.
디 오픈만의 색깔도 뚜렷해요. 미국 메이저들이 잘 가꾼 정원 같은 코스에서 열린다면, 디 오픈은 바닷가 모래언덕을 그대로 활용한 ‘링크스’ 코스에서 치러져요. 바람이 미친 듯이 불고, 항아리처럼 깊게 파인 벙커가 곳곳에 숨어 있어서, 아무리 세계 1위라도 날씨 한 번 뒤틀리면 그냥 무너지기도 해요. 그래서 실력만큼이나 배짱과 운이 필요한 대회로 통하죠.
왜 ‘새벽 골프’ 안 봐도 되냐면요
핵심은 시차예요. 대회가 열리는 영국은 지금 서머타임이라 한국보다 8시간 느려요. 영국에서 한창 경기가 진행되는 낮 시간이 한국에선 저녁부터 밤이 된다는 뜻이에요. 선수들이 우르르 출발하는 이른 아침(영국 시간)이 한국에선 오후쯤이고, 우승자가 가려지는 일요일 최종 라운드 후반부는 대략 한국 시간 밤 11시에서 다음 날 새벽 1시 사이에 걸려요.
이게 왜 대단하냐면, 미국에서 열리는 다른 세 메이저는 결정적인 장면이 죄다 한국 시간 새벽 4시에서 7시 사이거든요. 눈 비비고 일어나 보거나, 저처럼 졸다가 놓치거나 둘 중 하나였어요. 반면 디 오픈은 퇴근하고 저녁 먹고, 씻고 나서 맥주 한 캔 따놓고 봐도 우승 장면까지 챙길 수 있어요. 골프 팬한테는 이게 진짜 크죠.

국내 중계는 골프 전문 채널과 OTT를 통해 생중계될 예정이에요. 다만 해마다 중계권을 가진 방송사가 바뀌는 편이라, 정확히 어느 채널에서 트는지는 대회가 임박했을 때 편성표를 확인하는 게 안전해요. 요즘은 유튜브나 포털에서 하이라이트도 빠르게 올라오니, 밤에 본방을 못 봤어도 다음 날 아침에 주요 장면은 따라잡을 수 있고요.
셰플러의 2연패냐, 새 얼굴의 반란이냐
올해 가장 큰 관전 포인트는 역시 스코티 셰플러예요. 세계 랭킹 1위이자 지난해 디 오픈 우승자, 즉 디펜딩 챔피언이에요. 셰플러는 2025년 북아일랜드 로열포트러시에서 2위와 4타 차라는 압도적인 차이로 우승하며 클라레 저그를 들어 올렸어요. 이번에 또 우승하면 디 오픈 2연패인데, 요즘 그의 폼을 보면 아무도 못 말릴 것 같은 분위기예요.
아 근데 생각해보니, 골프가 재밌는 이유가 바로 이런 지배자를 무너뜨리는 반전이 자주 나온다는 거잖아요. 올해만 봐도 메이저 세 개를 세 명이 나눠 가졌어요. 특히 마스터스에서 우승하며 커리어 그랜드슬램(4대 메이저 전부 우승)을 완성한 매킬로이는, 고향인 북아일랜드와 같은 영국 무대라 홈 관중의 응원을 등에 업고 나와요. 아무도 예상 못 한 무명 선수가 튀어나올 수도 있고요. 링크스 코스에선 그런 일이 종종 벌어져요.

참고로 상금은 메이저 중에선 디 오픈이 가장 적은 편이에요. 그래도 2025년 기준 총상금이 약 1,700만 달러, 우승 상금만 약 310만 달러(원화로 40억 원대)였어요. 올해 상금 규모는 대회 주간에 주최 측(R&A)이 공식 발표하는데, 다른 메이저들이 최근 총상금 2,000만 달러를 넘긴 걸 감안하면 조금 오를 가능성도 있어요.
한국 선수는 김시우가 선봉이에요
한국 골프 팬이라면 우리 선수 성적이 제일 궁금하죠. 2026년 현재 한국 남자 선수 중 세계 랭킹이 가장 높은 건 김시우예요. 올 시즌 상승세를 타면서 세계 18위까지 올라 개인 최고 순위를 새로 썼어요. 세계 랭킹 상위권 선수에겐 메이저 출전권이 주어지기 때문에, 김시우는 이번 디 오픈에 출전이 유력해요.
한때 세계 16위까지 올랐던 임성재도 도전장을 내밀고 있는데, 최근 톱50 언저리에서 오르내리는 중이라 출전 여부가 랭킹 커트라인에 조금 걸쳐 있어요. 반대로 우리에게 익숙한 김주형은 지난 시즌 부진으로 올해 메이저 출전권을 잃어서, 이번 대회에선 보기 어려울 것 같아요. 최종 출전자 명단은 예선 통과자까지 포함해 대회 주간에 확정되니, 그때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게 정확해요.
저는 골프를 아주 깊게 아는 편은 아닌데도 우리 선수가 리더보드 상단에 이름을 올리면 괜히 뭉클하더라고요. 김시우가 링크스 특유의 바람만 잘 넘긴다면, 새벽이 아닌 밤에 우리 선수의 선전을 지켜보는 그림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봐요. 그거 하나만으로도 이번 대회를 챙겨 볼 이유가 생기는 거죠.
로열버크데일, 스피스가 눈물 흘린 그곳
올해 무대인 로열버크데일은 잉글랜드 북서부 사우스포트 해안에 자리한 명문 링크스 코스예요. 디 오픈을 여러 차례 개최했고, 올해가 벌써 11번째예요. 골프 좀 보신 분이라면 기억할 만한 장면이 여기서 나왔어요. 2017년, 조던 스피스가 마지막 날 극적인 역전 드라마를 쓰며 우승한 코스가 바로 이곳이거든요. 당시 스피스는 23세의 나이에 통산 세 번째 메이저를 품에 안았어요.

링크스 코스는 나무가 거의 없는 대신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코스 전체를 지배해요. 같은 홀이라도 바람 방향에 따라 공략법이 완전히 달라지고, 항아리 벙커에 한 번 빠지면 옆으로 빼내는 데만 한두 타를 까먹기도 해요. 그래서 화려한 장타보다, 낮게 깔아 치는 정교한 샷과 흔들리지 않는 멘털이 우승을 좌우해요. 화면으로 봐도 그 긴장감이 그대로 전해져서, 골프 잘 몰라도 은근히 손에 땀을 쥐게 되더라고요.
이번 주 골프 채널을 틀면 로열버크데일의 잿빛 하늘과 넘실대는 러프가 눈에 들어올 거예요. 날씨가 궂을수록 명승부가 나온다는 게 링크스의 매력이라, 비 예보가 뜨면 오히려 골프 팬들은 기대를 하곤 해요. 좀 이상한 취향 같지만요.
이번엔 알람 대신 맥주 한 캔
정통 골프 팬이든, 저처럼 큰 대회만 슬쩍 챙겨 보는 라이트한 시청자든, 디 오픈은 부담 없이 즐기기 좋은 대회예요. 새벽에 억지로 일어날 필요 없이 밤에 편하게, 세계 최고 선수들이 바람과 싸우는 모습을 지켜보면 되니까요. 셰플러가 왕좌를 지킬지, 매킬로이가 안방 같은 영국에서 웃을지, 아니면 김시우가 깜짝 활약을 보여줄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이번 주말엔 알람 앱을 열지 말고, 냉장고에 시원한 음료 하나 넣어두는 걸로 준비를 대신해 보세요. 7월 19일 밤, 클라레 저그의 주인이 가려지는 순간을 놓치지 않게요. 다 보고 나면 누가 우승했는지 저한테도 살짝 알려주시고요.
※ 이 글은 2026년 7월 8일 기준입니다. 대회 일정(7월 16~19일)·장소(로열버크데일)·디펜딩 챔피언(스코티 셰플러, 2025년 로열포트러시 우승)·2026년 앞선 메이저 우승자(마스터스 매킬로이·PGA 애런 라이·US오픈 윈덤 클라크)·2017년 로열버크데일 우승자(조던 스피스)·출전 규모(156명)는 The Open 공식·PGA투어·골프다이제스트 자료를, 김시우·임성재 세계 랭킹은 2026년 상반기 골프한국·뉴스1 보도를 교차 확인했습니다. 상금은 2025년 기준(총 약 1,700만 달러·우승 약 310만 달러)이며 2026년 규모는 대회 주간 R&A 발표로 확정됩니다. 국내 중계 채널과 최종 출전 명단은 대회 임박 시 공식 편성표·엔트리로 확인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