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레노 임시감독 선임, 정식감독 되려면 6경기서 뭘 증명해야 할까?

대한축구협회가 9월 1일 이사회에서 로베르토 모레노(48) 전 스페인 대표팀 감독을 남자 A대표팀 임시감독으로 선임했습니다. 계약기간은 11월 27일까지이고, 9~11월 A매치 6경기를 지휘하며 성적에 따라 2027년 1월 아시안컵까지 정식감독으로 전환될 수 있어요. 홍명보 감독이 물러난 지 두 달 만에 나온 결정이라, 남미 강호 3연전과 우즈베키스탄전 결과가 곧 그의 거취를 가르는 셈입니다.

결국 관건은 이 6경기예요.

감독이 바뀔 때마다 전술 색깔부터 소집 명단까지 통째로 흔들리기 마련이라, 선임 방식과 일정을 미리 알아두면 앞으로 두 달간 어떤 경기를 눈여겨봐야 할지 감이 잡힐 거예요.

모레노는 누구인가 — 바르사 수석코치 출신, 스페인대표팀도 지휘해본 사령탑

모레노 감독은 2014년부터 2017년까지 FC바르셀로나에서 루이스 엔리케 감독을 보좌한 수석코치였어요. 이후 2018~2019년에는 스페인 성인대표팀 코치로 자리를 옮겼고, 2019년에는 스페인 대표팀 감독으로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예선을 직접 지휘한 경력도 있습니다. 클럽과 대표팀을 오가며 톱레벨 축구를 두루 겪어봤다는 뜻이죠.

축구 선수단이 경기 전 어깨동무하고 원을 그리며 결집한 모습
사진: Unsplash / Omar Ramadan

혼자 오는 것도 아니에요. 도캄포 수석코치, 마그리냐, 브라보 데 소토, 초카로 피지컬코치, 보쉬 골키퍼코치까지 코칭스태프 5명이 전원 스페인 출신으로 꾸려졌습니다. 사실상 스페인식 훈련 시스템을 통째로 옮겨온 셈이라, 짧은 시간 안에 팀 컬러를 얼마나 빨리 입힐 수 있을지가 첫 관전 포인트예요. 임시직 6경기짜리 계약에 코칭스태프를 이렇게 통째로 꾸려 왔다는 건, 협회도 이번 기회를 짧게만 보지는 않는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왜 하필 공개채용이었나 — 남자 A대표팀 감독 선임 사상 처음

얼마 전 아시안게임 와일드카드 병역 특례 글을 쓰면서 축구대표팀 인사 문제를 계속 지켜봤는데요, 이번엔 선수가 아니라 감독 자리라 또 다른 긴장감이 있더라고요. 대한축구협회가 남자 A대표팀 감독을 서류평가→온라인면접→대면미팅→계약조건협상 순서의 공개채용 방식으로 뽑은 건 이번이 역사상 처음입니다. 그동안은 협회 내부 추천이나 물밑 접촉으로 감독을 정해왔는데, 절차 자체가 완전히 달라진 거예요.

배경에는 올해 2월 개정된 대한체육회 국가대표 선발·운영 규정이 있습니다. 이 규정을 지키려면 선발 과정을 공개하고 서류로 남겨야 하는데, 협회가 이번 인선에서 그 기준을 처음 적용한 거고요. 그동안 대표팀 감독 선임은 축구협회 기술위원회의 내부 추천으로 결정돼 왔고, 선임 때마다 “왜 이 사람이냐”는 물음에 속 시원한 답을 내놓지 못했던 게 사실이에요. 이번엔 그 물음에 서류와 절차로 답하겠다는 취지로 읽힙니다. 절차가 복잡해진 만큼 시간도 걸렸어요 — 서류평가부터 계약조건협상까지 여러 단계를 거치다 보니, 후임 발표까지 두 달 가까이 걸린 이유 중 하나가 여기 있다고 봐요.

계약서를 열어보면 — 6경기, 11월 27일, 그리고 조건 하나 더

모레노 감독의 계약기간은 2026년 11월 27일까지입니다. 이 기간 동안 9월 2경기, 10월 2경기, 11월 2경기, 총 6번의 A매치를 지휘해요. 계약에는 이 6경기 성적을 평가해 2027년 1월 AFC 아시안컵까지 정식감독으로 계약을 연장할 수 있다는 조건이 포함돼 있습니다. 임시직인데 사실상 정식감독 오디션인 셈이죠. 오디션이라는 표현이 과하지 않은 게, 계약 자체가 애초에 ‘평가 후 결정’을 전제로 설계됐거든요.

기간이 짧다고 얕볼 계약은 아닙니다.

아시안컵 본선이 코앞이라, 이 6경기 안에 대표팀 전술 기조를 세우지 못하면 새 감독이 아시안컵을 준비할 시간 자체가 사라지거든요. 축구에서 임시감독이 그대로 정식감독으로 눌러앉는 경우는 드물지 않지만, 대부분은 성적이 확실히 좋았을 때만 그렇게 됩니다. 모레노 감독 입장에서는 6경기 안에 그 ‘확실한 결과’를 만들어야 다음 계약서에 도장을 찍을 수 있는 셈이에요.

9~11월 A매치 6경기 일정표 — 남미 3연전이 시험대인 이유

지금까지 확정된 상대는 9월 24일 에콰도르(수원월드컵경기장), 9월 28일 우루과이(서울월드컵경기장), 10월 2일 베네수엘라(울산 문수축구경기장), 10월 6일 우즈베키스탄(용인 미르스타디움)입니다. 11월 2경기는 아직 상대와 날짜가 공개되지 않았어요. 표로 보면 이렇습니다.

날짜 상대 개최지 성격
9월 24일 에콰도르 수원월드컵경기장 남미 강호
9월 28일 우루과이 서울월드컵경기장 남미 강호
10월 2일 베네수엘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 남미 강호
10월 6일 우즈베키스탄 용인 미르스타디움 아시아 견제
11월(미정) 미정 미정 정식감독 전환 최종 평가
11월(미정) 미정 미정 정식감독 전환 최종 평가
9~11월 A매치 6경기 일정표 — 에콰도르·우루과이·베네수엘라·우즈베키스탄·11월 미정 2경기
9~11월 A매치 6경기 일정 (뉴라인 노트 자체 정리)

표를 보면 6경기 중 앞선 4경기가 벌써 확정됐고, 그중 3경기가 남미 팀이라는 게 눈에 띕니다. 에콰도르·우루과이·베네수엘라는 모두 남미축구연맹(CONMEBOL) 소속으로, 유럽·아시아 팀과는 몸싸움과 개인기 활용 방식이 다른 걸로 유명해요. 세 팀을 연달아 상대하면서 감독이 매 경기 전술을 어떻게 조정하는지가 그대로 드러나는 구조라, 짧은 준비 기간에 새 감독이 얼마나 빨리 팀을 맞출 수 있는지 가늠하기엔 딱 좋은 시험대예요. 우즈베키스탄전은 성격이 다릅니다. 아시아 팀을 상대로 확실하게 이기는 그림을 보여줘야 정식감독 평가에서 감점을 피할 수 있거든요.

홍명보 사퇴 이후 공백, 이렇게 채워졌어요

지난 8월 19일에 저희가 ‘홍명보 사퇴 46일, 감독 공석인 채 잡힌 9·10월 A매치 4연전’이라는 글을 올렸었는데요, 그때만 해도 경기 일정만 확정됐을 뿐 감독석은 비어 있었습니다. 계산해보면 그 글을 쓴 시점이 사퇴 51일째였으니, 오늘(9월 1일) 모레노 감독 선임 발표는 사퇴 64일 만에 나온 셈이에요. 두 달 가까이 대표팀이 사령탑 없이 훈련 계획을 짜왔다는 뜻이라, 첫 소집 훈련부터 새 감독 입장에서는 시간이 빠듯할 겁니다. 그사이 대표팀은 소집 명단 발표부터 훈련 스케줄까지 감독 없이 코칭스태프 대행 체제로 굴러갔을 텐데, 선수단 입장에서도 손발을 맞출 시간이 넉넉하진 않았을 거예요.

(이건 여담인데) 이 정도로 긴 공백이면 보통 임시 코치 체제로 땜질하기 마련인데, 이번엔 아예 새 감독을 공개채용으로 뽑느라 시간을 더 들인 셈이니 협회 입장에서는 ‘급한 불 끄기’보다 ‘제대로 뽑기’를 택한 걸로 보여요.

정식감독이 되려면 뭘 증명해야 하나 — 체크리스트 3가지

공식적으로 발표된 평가 기준이 세세하게 공개된 건 아니지만, 6경기 대진표를 보면 협회가 무엇을 보려 하는지는 어느 정도 읽힙니다. 저는 이 세 갈래로 좁혀서 지켜보려고요.

  • 남미 강호 3연전 성적 — 에콰도르·우루과이·베네수엘라전에서 최소 무패, 가능하면 1승 이상을 챙기는지
  • 우즈베키스탄전 필승 여부 — 아시아 팀을 상대로 확실히 승점 3점을 가져오는지
  • 전술 안정성 — 6경기 동안 주전 라인업과 전술 기조가 오락가락하지 않고 일관되게 유지되는지

세 조건 중 하나라도 크게 어긋나면 협회 입장에서는 굳이 계약을 연장할 이유를 찾기 어려워져요. 반대로 세 가지를 다 채우면, 공개채용이라는 낯선 절차를 거쳐 온 감독이 그 절차의 정당성까지 성적으로 증명하는 그림이 되는 거죠. 이 세 가지 중에서 저는 우즈베키스탄전이 진짜 가늠자일 것 같아요. 남미 팀 상대 결과는 전력 차를 감안해 다소 관대하게 볼 여지가 있지만, 아시아 팀에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면 정식감독 전환 논의 자체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거든요. 9월 24일 에콰도르전을 시작으로 6경기가 순서대로 열리니, 첫 경기 결과부터 지켜보면 흐름이 보일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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