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일드카드 3인은 왜 병역 미필일까 — 양현준·엄지성·이기혁 병역 계산법

이민성 감독이 뽑은 아시안게임 와일드카드 3인 — 양현준(셀틱FC)·엄지성(스완지시티)·이기혁(강원FC)은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셋 다 병역 미필이라는 거예요. 금메달을 따면 예술체육요원으로 편입돼 기초군사훈련 4주만 이수하고 소속팀 활동을 그대로 이어갈 수 있는데, 이게 이번 대회에 유독 무게가 실리는 진짜 이유입니다.

일정 기사는 “몇 시 킥오프”만 말해주고, 인물 기사는 “누가 뽑혔다”만 말해줍니다. 정작 궁금한 건 왜 하필 이 셋이고, 병역혜택이 정확히 뭘 주고, 손흥민·이강인은 실제로 어떻게 이 방법을 써먹었는지죠. 소속팀 성적과 계약 상황까지 파고들어 정리해봤습니다. 9월 15일 카타르전을 시작으로 조별리그에 들어가는 이 대회, 일정보다 중요한 건 이 셋의 ‘왜’라고 저는 생각해요.

야간 조명이 켜진 축구 경기장, 짙은 안개 속 선수들이 그라운드를 달리는 경기 전경
사진: Unsplash / Abigail Keenan

이민성호가 병역 미필 셋을 와일드카드로 부른 이유

23세 이하가 원칙인 이 대회에서 각 팀은 23세 초과 선수를 3명까지 와일드카드로 데려갈 수 있습니다. 올림픽 축구의 ‘오버에이지 3인’ 규정과 같은 틀이에요. 이민성 감독이 고른 세 명은 전부 2026 월드컵 본선 대표팀에도 이름을 올렸던 얼굴들인데, 소속팀에서의 위치는 셋이 꽤 다릅니다.

양현준은 이번 시즌 셀틱에서 커리어 하이를 찍었어요. 공식전 46경기에 나서 10골 3도움을 기록했고, 이 활약에 힘입어 구단이 2030년까지 계약을 연장했습니다. 몸값도 시즌 전보다 두 배 가까이 뛰어 87억 원대로 책정됐다고 하니, 지금이 커리어의 정점이라고 봐도 될 것 같아요. 원래 윙어인데 최근엔 윙백까지 겸업하면서 활동 범위가 넓어진 것도 눈에 띕니다.

엄지성은 2024년 7월 광주FC에서 스완지시티로 이적했어요. 이적료는 약 17억 원, 계약 기간은 4년에 등번호는 10번을 받았습니다. 포지션은 윙어 겸 공격형 미드필더라 측면과 중앙을 오가며 뛰는 자원이에요.

개인적으로는 이기혁 발탁이 제일 흥미로웠어요. 이기혁은 2022년 E-1 챔피언십 이후 4년 가까이 국가대표 소집 자체가 없다가, 올해 월드컵 최종명단에 깜짝 발탁된 케이스거든요. 센터백·왼쪽 풀백·수비형 미드필더를 다 소화하는 멀티 능력을 홍명보 감독이 높이 평가한 덕이었죠. 이후 센터백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5월 K리그 이달의 선수까지 받았고, 강원FC 구단 역사상 첫 월드컵 최종명단 선수라는 타이틀도 얻었습니다. 보통 와일드카드는 공격 자원부터 채우는데, 중원·수비 안정감을 택한 이민성 감독의 판단이 읽히는 대목이에요.

이름 소속팀 2025-26시즌 계약 상황
양현준 셀틱FC(스코틀랜드) 공식전 46경기 10골 3도움 2030년까지 계약 연장, 몸값 약 87억 원
엄지성 스완지시티(잉글랜드) 윙어·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 2024년 이적, 4년 계약(등번호 10번)
이기혁 강원FC 센터백 전향 후 5월 K리그 이달의 선수 구단 역사상 첫 월드컵 최종명단

이미 병역을 마친 선수를 와일드카드로 데려가면 리스크는 없어요. 그런데 이민성 감독은 셋 다 미필 자원을 택했습니다. 실력만 보면 당연한 선택이지만, 병역 문제까지 얹히면 얘기가 달라져요. 금메달을 못 따면 세 선수 모두 소속팀 복귀 후 언젠가 입대 시점을 고민해야 하는 처지가 되니까요. 감독 입장에서도, 선수 입장에서도 이번 대회는 ‘져도 그만’이 아니라 ‘져서는 안 되는’ 대회인 셈이죠.

(이건 여담인데) 홍명보 전 감독 사퇴 이후 공석인 A대표팀과는 완전히 별개 팀이라는 점도 짚고 넘어갈게요. A대표팀은 성인 국가대표, 이 아시안게임 대표팀은 이민성 감독이 이끄는 23세 이하+와일드카드 구성입니다. 감독도, 선수단도, 대회 성격도 다릅니다.

병역혜택은 정확히 무엇을 주나 — 예술체육요원 제도

병역 미필 선수가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면 예술체육요원으로 편입됩니다. 기초군사훈련만 4주(병역법 시행령상 군사교육소집 30일 이내) 받으면 되고, 그 이후엔 소속팀 활동, 즉 선수 생활을 그대로 이어갈 수 있어요. 병무청 소집 대기 없이 시즌을 계속 뛸 수 있으니 선수 입장에서는 커리어 손실이 거의 없는 셈이죠.

조건은 금메달, 그거 하나입니다.

숫자로 비교하면 체감이 커요. 육군 기준 현역 복무기간은 18개월(2020년 6월 입영자부터 21개월에서 단축)인데, 예술체육요원은 기초군사훈련 4주가 전부입니다. 약 20배 가까이 차이 나는 셈이니, 한창 몸값이 오르는 20대 중반 선수에게 이 차이는 커리어 궤적 자체를 바꿔놓을 수 있죠.

은메달·동메달은 해당하지 않아요. 그러니 이번 대회의 목표는 처음부터 끝까지 “우승” 하나로 좁혀집니다. 예술체육요원은 산업기능요원·승선근무예비역과 같은 보충역이라 현역과 동일한 법적 대우를 받지만, 국방부 취업지원 심사에서는 기초군사훈련 기간을 근무 경력으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조건도 붙어요 — 병역은 해결돼도 완전히 ‘공짜’는 아니라는 뜻이죠. 이 제도가 없었다면 세 선수는 20대 중반 전성기에 소속팀을 떠나 입영해야 했을 텐데, 유럽 리그 주전 경쟁이 치열한 시기라 그 공백이 선수 생명에 미칠 타격은 작지 않았을 거예요.

축구화를 신은 선수가 유니폼 차림으로 역동적으로 공을 다루는 훈련 장면
사진: Unsplash / Md Mahdi

손흥민·이강인은 같은 방법으로 병역을 해결했다

이 제도로 병역 문제를 해결한 대표 사례가 손흥민과 이강인입니다. 손흥민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금메달로, 이강인은 2022 항저우 대회 금메달로 예술체육요원이 됐어요. 둘 다 기초군사훈련만 이수하고 곧바로 유럽 무대로 복귀해 커리어를 이어갔습니다.

손흥민은 병역 문제를 털어낸 뒤 2021-22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23골을 넣어 아시아 선수 최초로 득점왕에 올랐어요. 만약 그 시점에 입대해야 했다면 이 기록 자체가 불가능했겠죠. 이강인은 2023년 여름 마요르카에서 파리생제르맹으로 이적하며 이적료 약 2200만 유로(약 310억 원)를 기록했는데, 병역혜택이 없었다면 유럽 클럽들이 이적이나 재계약 때마다 입영 시점을 변수로 넣어야 했을 거라는 분석이 많았습니다.

선수 금메달 연도 병역 해결 후 성과
손흥민 2018 자카르타·팔렘방 2021-22시즌 EPL 득점왕(23골, 아시아 선수 최초)
이강인 2022 항저우 2023년 마요르카→PSG 이적(약 2200만 유로)

손흥민은 26세, 이강인은 22세에 이 갈림길을 넘었는데, 지금 양현준(24)·엄지성(24)·이기혁(26)도 비슷한 나이대에 같은 선택 앞에 서 있습니다. 양현준·엄지성·이기혁도 지금 이 두 선례를 좇고 있는 셈이에요.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이번엔 조 편성부터 만만치 않다는 겁니다. 조별리그 상대인 카타르·사우디아라비아 모두 성인 무대에서도 한국과 종종 맞붙는 중동 강호라, 손흥민·이강인 때보다 초반부터 긴장을 놓기 어려워요. 선례가 있다고 해서 이번에도 같은 결과가 보장되는 건 아니라는 뜻이죠.

관전 포인트는 이 셋의 즉시전력감

9월 15일 카타르전을 시작으로, 2014·2018·2022년 3회 연속 금메달을 이어온 한국 축구가 이번엔 사상 첫 4연패에 도전합니다. 하지만 저는 숫자보다 이 셋의 몸값과 커리어가 이 대회 하나에 걸려 있다는 사실이 더 눈에 들어와요. 양현준은 지금이 커리어 정점, 엄지성은 유럽 적응기, 이기혁은 포지션 전환 성공기—셋 다 지금 이 타이밍에 입대하면 손해가 제일 큰 시기거든요.

저라면 카타르전 결과부터 보겠습니다.

조 편성 난이도가 예전보다 높아서 100% 낙관하진 않지만, 그래도 이 셋의 병역 문제가 걸린 만큼 지켜볼 이유로는 충분하다고 봐요.

Similar Posts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