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 간호사 43개 업무 합법화, 8월 10일부터 병원이 달라집니다

수술을 받고 병동에 올라왔는데, 상처 부위 봉합 마무리를 의사가 아니라 간호사가 해 준다면 어떤 기분이 드시나요. 사실 이 장면, 지금까지는 합법인지 아닌지 누구도 시원하게 답하지 못했습니다. 대형병원 수술방과 병동에서 수십 년간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굴러온 회색지대였거든요.

그 애매함이 이번 주에 끝났습니다. 보건복지부가 2026년 7월 10일 ‘간호사의 진료지원업무 수행에 관한 규칙’과 ‘진료지원업무 수행행위 목록 고시’를 공포하면서, 이른바 PA(진료지원)간호사가 드디어 법 안으로 들어왔는데요. 규칙은 공포 후 1개월이 지난 8월 10일부터 시행됩니다.

환자 입장에서 뭐가 달라지는지, 핵심만 짚었습니다.

회색지대에 있던 PA 간호사, 왜 지금 법 안으로 들어왔나

이번 규칙은 갑자기 튀어나온 게 아닙니다. 2024년 9월 20일 제정돼 2025년 6월 21일부터 시행된 간호법의 후속 세부 기준이에요. 간호법이 “간호사도 일정 조건에서 진료지원업무를 할 수 있다”는 큰 틀을 만들었다면, 이번 규칙과 고시는 “그래서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를, 어떤 자격으로, 어디에서 할 수 있는가”를 채운 각론에 해당합니다.

PA간호사는 그동안 법적 근거 없이 의사 업무 일부를 지원해 온 인력입니다. 병원 입장에서는 의사 인력 공백을 메우는 현실적 수단이었지만, 정작 일하는 간호사 본인은 법의 보호 밖에 있었죠. 문제가 생기면 책임 소재부터 불분명했고요. 이번 공포·발령으로 의료현장에서 관행처럼 운영돼 온 이 제도가 처음으로 법과 제도 안에 편입된 겁니다.

환자에게 의미가 있는 지점도 여기예요. 어떤 행위가 허용되고 어떤 행위가 금지되는지 목록이 공개됐으니, 병원에서 마주치는 장면이 제도 안의 일인지 아닌지 이제는 확인할 수 있게 됐습니다.

합법화된 43개 업무 — 피부봉합부터 진단서 초안까지

PA 간호사 진료지원업무 43개 인포그래픽 — 환자 상태 평가·기록 처방·시술 처치·수술 지원 4개 구분, 대표 예시, 7월 10일 공포부터 2027년 공동서명시스템까지 일정
진료지원업무 43개의 네 갈래와 시행 일정 (자료: 보건복지부 규칙·고시, 2026. 7. 10. 공포)

이번 고시로 확정된 진료지원업무는 총 43개 행위입니다. 큰 갈래는 네 가지 기준으로 나뉘는데요.

구분 어떤 영역인가
환자 상태 평가 지원 환자의 상태를 살피고 평가하는 과정을 돕는 업무
기록·처방 지원 진료 기록과 처방 관련 문서 작업을 지원하는 업무
시술·처치 지원 시술과 처치 과정에서 수행하는 지원 업무
수술 지원 수술 전후와 수술 과정에서의 지원 업무

목록에 오른 대표 예시를 보면 감이 옵니다. 피부봉합, 진료기록·소견서·진단서 초안 작성, 상처 복합 드레싱, 중증환자 검사 이송 시 모니터링, 수술 전후 환자 확인·문진·예진 같은 행위들이 포함됐어요. 고시 목록을 처음 쭉 읽어 내려가다가 저는 ‘진단서 초안 작성’에서 잠깐 멈칫했는데요. 진단서는 당연히 의사만 쓰는 문서 아니었나 싶어서요. 이 궁금증은 아래 안전장치 대목에서 풀립니다. 어쨌든 그동안 “간호사가 해도 되나?” 소리가 나오던 장면 상당수가 조건을 갖추면 합법적인 업무가 되는 거죠.

이게 진짜 큰 변화입니다.

예를 들어 수술 후 실밥 부위를 간호사가 봉합하거나, 퇴원할 때 받는 소견서의 초안을 간호사가 작성하는 일이 8월 10일부터는 제도가 인정하는 행위가 됩니다. 물론 뒤에서 설명할 안전장치와 자격 요건을 전부 충족했을 때 이야기고요.

그래도 이건 의사만 — 목록에 담긴 안전장치

차트에 기록하는 의료진의 손 — 진료기록 확인과 서명을 상징하는 장면
간호사가 작성한 기록 초안은 의사의 확인·서명을 거쳐야 효력이 생깁니다. 사진: Unsplash / Vitaly Gariev

규칙은 “여기까지는 절대 안 된다”는 선부터 분명하게 그었어요. 43개 업무를 열어 주는 동시에, 넘을 수 없는 경계를 같은 문서 안에 박아 둔 셈이죠.

먼저 생명이나 신체에 위해를 줄 우려가 있는 수술·수혈·전신마취에 대한 설명은 의사만 할 수 있습니다. 환자가 동의서에 서명하기 전 듣는 그 설명은 앞으로도 의사의 몫이라는 뜻이죠. 또 간호사가 작성한 진료기록 초안은 반드시 의사의 확인과 서명을 거쳐야 효력이 생깁니다.

아, 여기서 헷갈리기 쉬운 부분 하나 짚고 가면 — ‘진단서 초안 작성’이 허용됐다고 해서 간호사가 진단서를 발급한다는 뜻이 아니에요. 초안은 어디까지나 초안이고, 최종 확인과 서명은 의사 책임으로 남습니다.

논의 과정에서 빠진 항목도 있습니다. 가슴에 관을 넣는 시술을 돕는 ‘흉관 삽입·흉수천자 보조’는 일반 간호사도 할 수 있는 행위라는 이유로 최종 43개 목록에서 빠졌어요. 한편 의사와 간호사가 함께 서명하는 공동서명시스템 구축 관련 사항은 의료기관의 준비 기간을 고려해 2027년 7월 1일부터 시행됩니다. 제도의 뼈대는 8월에 서지만, 전산 인프라까지 완비되는 데는 시간이 더 걸리는 셈이네요.

아무 간호사나, 아무 병원에서나 되는 건 아니고요

자격 요건이 꽤 구체적입니다. 진료지원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은 전문간호사 또는 진료지원전담간호사로 한정되는데요. 진료지원전담간호사가 되려면 병원·종합병원·군병원에서 쌓은 간호사 임상경력 3년에 더해, 보건복지부장관이 고시하는 교육과정(이론·실기·현장실습)을 이수해야 합니다.

이미 현장에서 일해 온 사람들을 위한 경과조치도 있는데요.

  • 시행 당시 진료지원업무를 연속해 1년 6개월 이상 수행한 경력자는 임상경력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인정하되, 1년 안에 교육과정을 이수해야 하고요.
  • 기존에 진료지원업무를 운영하던 병원은 1년 6개월 내 의료기관 인증을 취득하는 조건으로 계속 운영할 수 있습니다.

기관 쪽 문턱도 있어요. 병원신문 보도에 따르면 진료지원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기관은 의료기관 인증을 받은 병원·요양병원·종합병원이며, 한방병원·정신병원·치과병원은 제외되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동네 의원급에서는 애초에 해당되지 않는 제도라는 이야기죠. 세부 적용 범위는 고시 원문과 복지부 안내를 통해 다시 확인해 보시는 게 정확합니다.

의료계와 간호계, 아직 평행선인 이유

그럼 이 진료지원전담간호사들은 누가 교육하고, 누가 평가하게 될까요? 제도는 8월에 출발하지만, 바로 이 질문을 두고 양쪽 입장이 팽팽하게 갈립니다.

대한의사협회·대한병원협회·대한의학회는 지난 7월 2일 공동성명에서, 진료지원업무의 교육·평가체계를 간호협회가 단독으로 맡아서는 안 된다며 관련 주체가 함께 참여하는 협력적 관리 구조를 요구했습니다. 진료지원업무가 의사의 전문적 판단과 지도·위임에 근거해 수행되는 역할이라는 점을 강조한 거죠.

반면 대한간호협회는 7월 6일 성명에서 이 논의의 핵심은 특정 단체의 권한 배분이 아니라 환자 안전을 담보할 교육체계 구축이라고 반박했습니다. 교육과정의 개발과 운영, 교육기관 지정·평가, 질 개선 환류체계는 분리될 수 없는 하나의 시스템이라는 입장이에요.

어느 쪽 말이 맞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환자 입장에서 보면, 교육·평가의 세부 운영을 둘러싼 논의가 진행형인 만큼 시행 초기에는 병원마다 적용 속도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점 정도는 염두에 둘 만합니다.

8월 10일 이후 병원에서 간호사의 봉합이나 문진을 마주친다면, 이제 그건 회색지대가 아니라 제도 안의 장면인 셈이죠. 궁금하다면 해당 간호사가 진료지원전담간호사인지 병원에 물어봐도 되고요. 이번에 규칙과 고시 원문을 나란히 놓고 읽으면서 저한테 남은 인상은, 이 문서가 43개 업무를 ‘열어 준’ 목록이라기보다 확인·서명 절차를 겹겹이 달아 책임의 자리를 정해 둔 설계도에 가깝다는 거였어요. 내 몸에 일어나는 일이 어떤 규칙 위에서 움직이는지, 한 사람의 환자로서 이번 기회에 알아둘 만합니다.

여러분은 이 변화가 병원 현장을 어떻게 바꿀 거라고 보시나요? 직접 겪은 경험이 있다면 댓글로 들려주세요.

※ 시행 초기 제도인 만큼 세부 지침은 앞으로 조정될 수 있습니다. 최신 내용은 보건복지부 고시 원문을 확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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